top of page

[칼럼] 우리가 사랑했고, 사랑하는 공간들 Vol.1 - 인디덕후 '뎌지'의 추억이 깃든 공간, '카페 언플러그드'


수많은 사람들의 공연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 궁금해졌고,

그들의 공간과 함께 서려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코너로는

나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애정하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나의 오랜 (오랜 이라고 해도 되겠죠?) 음악적 동료인

'뎌지'님의 공간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가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하게 될 공간인

'카페 언플러그드' 와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짧고 부족한 지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할애해서 자신의 애정하는 공간을 소개해준

나의 덕질의 원동력이 되어주신

'뎌지'님에게 이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를 보낸다.


한 청년이 있었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다른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군대를 가서 아직 군인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군생활 도중 인터넷에서 우연히 홍대의 여러 버스킹 영상을 보았다.

그 청년은 그 영상에서 다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들만의 감성과 그들만의 가사에 매료되었다.

그 청년은 다짐했다.

휴가를 나가면 꼭 저 음악을 직접 보겠노라고.

하지만 그 청년은 홍대는 물론 서울도 가본 적 없는 촌동네의 청년이었다.

학생시절 상경해서 수도권에 살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서울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 청년의 휴가가 가까웠을 즈음, 그의 누나는 그의 소망을 알고 있었다.

그의 누나도 현생에 치여 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본인의 휴가를 이용하여 꼭 동생에게 서울구경을 시켜주리라 속으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동생의 오랜만의 휴가에 본인 휴가를 맞추었고

서울에 가면 꼭 구경시켜줄 장소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2015년 8월 6일, 마침내 서울구경의 날이 왔다.

그들은 북촌, 청계천, 인사동, 강남 등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며

서울이란 이런 곳이라는 걸 치열하게 느끼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가고, 오랜 걸음으로 지친 그들은 홍대의 어느 까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제대로 저녁식사를 할 겨를도 없었지만

그들은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만족감에 즐거운 표정으로 까페에 들어섰다.

까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귀엽지만 사람키만한 개 한 마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생은 사실 마음속에 누나에게 말하지 못한 버스킹을 보고픈 다짐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누나의 마음씀씀이에 감동하며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그 까페의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까페 가장 깊숙한 곳의 문을 열고 나타났다.

청년을 맞아주었던 개가 바로 달려가 그 사장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 때 사장님이 그 청년의 인생을 바꿀만한 한마디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8시부터 지하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이오니,

공연을 관람하실 분들은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그 공연은 그 청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 청년은 그 공연을 마음에 품고 남은 군생활을 마쳤으며,

군생활이 끝나자 마자 다시 그 까페를 찾아서 또 다른 공연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 후로 그 청년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가 이루고픈 꿈의 우선순위가 변화했으며,

아직도 서울에서 살지는 않지만 서울 사는 사람보다 더 자주 공연장에 나타났다.

나아가, 그 청년은 더 깊게 공연을 즐기기를 원했다.

본인을 ‘인디 덕후’로 칭하기 시작했으며,

뮤지션과 소통하고, 뮤지션과 관객들, 그리고 공연장의 권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 청년은 그 까페에 공연이 있는 날에는 자주 나타나고는 한다.

보고싶은 뮤지션을 보러, 그리고 보고싶은 공연장을 보러.

그 청년의 첫 공연을 장식한 뮤지션들은 그 청년의 최애가 되었다.

특히 그 청년이 가장 감명깊게 본 뮤지션에게 그 청년은 가장 고마운 팬 중 한명이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와 추억은 다 ‘까페 언플러그드’에서 시작되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33길 26,

언플러그드를 직접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잘 안보이는 곳에 있다.

여러 골목을 대로에서 작은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와야 간신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모르고 지나치기는 어렵다.

가게 입구에서 널브러져 있는 가게의 이사를 겸하고 있는 거대한 개 한마리와

감미롭지만 중구난방인 여러 대의 기타소리가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해가 떠있을 때 이곳은 까페 겸 기타연습장으로 쓰인다.

비치되어있는 기타를 빌려 연습할 수도 있고

시끄럽지 않은 선에서 자유롭게 기타연주가 가능하다.

골든 리트리버 종의 7살인 이 가게의 이사님이신 ‘언도리’가

기타소리를 들으며 본인의 쇼파에 누워있다. 늘상 잠만 자는데 귀엽고 난리다.

커피와 음료, 주류와 간단한 식사가 이들의 음악에 힘을 보태준다.

구석 한쪽 벽에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여러 뮤지션의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뮤지션이 있었고, 생각보다 희귀한 음반을 많이 볼 수 있다.

개가 있고 기타연주가 있으면 분위기가 시끄러워서 편히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의외로 잔잔하다. 기타소리는 절대 폐가 되지 않고,

언도리는 조용히 사람들을 지켜보고만 있다.

까페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철문을 열면

이 까페 언플러그드의 또다른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지하 공연장으로의 입구가 열린다.

평균 주 4일정도(월,목,토,일) 19-20시에 지하 공연장에서 자체기획 공연이 늘 있으며

대관을 통한 외부기획 공연도 잦다.

까페 분위기만 보면 잔잔하거나 달달한 포크만 있으려나 싶지만

지하 공연장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기에 절대 부족함이 없다.

특히 매주 월요일에는 ‘오픈 마이크’라는 제목의 사전신청을 통한

시작하는 뮤지션을 돕는 공연이 정기적으로 편성되어있다.

가장 날것의, 생생하고도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날이다.


도입부의 그 청년, 아니 필자가 처음 방문한 그날,

필자는 그 곳에서 미쓰밋밋이라는 뮤지션을 만났다.

당시 그녀는 23살의, 막 오픈마이크를 졸업한,

아직 본인 음악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어린 싱어송라이터였다.

당시 밋밋은 막 제대로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기 시작했던

동시에 어떤 음악을 만들지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느낌을, 나의 현재를 곡으로 담아내도 좋을 것 같다고.

당시 밋밋의 공연은 본인의 경험, 관계, 생활, 가치관,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노래,

즉, 누가 들어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꾸밈없는 곡으로 공연을 했다.

필자 또한 그 당시에 미래와 현재, 사람사이의 관계로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군생활이 적응될수록 미래에서 군대는 지워져갔고,

계속 군대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던 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서로의 각자를 위한 갈림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주변에 조언해주는 사람은 많았지만 위로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필자는 항상 목마름이 있었다. 그 때 이 두 사람은 만난 것이다.


필자는 미쓰밋밋이라는 뮤지션에게서 더할 나위없는, 누구도 해준적없는 큰 위로를 받았다. 그녀의 꾸밈없고 직접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가사가 필자에게 직접적인 위로를 해준 것이다. 아직도 두사람은 만나면 가끔 그 때 이야기를 한다.

밋밋은 사실 그때의 필자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덕분에 두사람은 만났고,

현재도 가수와 팬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까페 언플러그드는 밋밋과 필자 두사람에게,

아니 홍대의 모든 뮤지션과 모든 팬들에게 중요한 장소이다.

오픈마이크와 다른 기획공연들로 뮤지션들에게는 공연의 기회를,

팬들에게는 입덕의 기회를 제공한다.

밋밋도 그 이후로 이 언플러그드에서 많은 횟수의 공연을 했으며,

필자도 그 후에 이 곳에서 다른 수많은 뮤지션을 만났다.


우리나라에 많은 공연장이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장 다양한 연차의 음악을, 필자에게 가장 소중한 음악을 보여주는 장소이다.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보지만 지난주에는 일어서서 뛰어놀고,

이번주에는 눈을 감고 깊게 빠져들며,

다음주에는 발랄한 율동과 함께 웃으며 공연을 볼 수 있다.

‘언플러그드’라는 이름에 맞게 가장 날것의 음악을,

그리고 선에 제약되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곳.

이제 인디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장이다.

이렇게 짧고 부족한 지면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일 이라고 생각 되어진다.


앞으로도 우리가 사랑했고 사랑하는 공연장들의 이야기를

많이 많이 소개하고 싶은 바램이다.


앞으로 나와 나의 친구들이 사랑하는 공연장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자리를 지켜

팬들과 함께 오래오래 호흡하며 공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한 번 이 짧은 지면을 빌어

이 지면에 시간과 애정을 할애하여 좋은 공간을 소개해주신

뎌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인디 덕후 뎌지의 엔진을 불 붙이게 한 아티스트, 미쓰밋밋의 노래들
  1. 미쓰밋밋- 도시의 밤


2. 미쓰밋밋- 너의 바다를 유영할 때

3. 미쓰밋밋 - 너의 이름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코로나19의 시대에 살아가는 당신과 나, 우리에게 전하는 편지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국내 유입환자만 1000명이 돌파했고 지속적인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기사를 접했고 사회 전반의 대부분의 일들이 멈추었다. 저녁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에는 한적하다 못해...

 
 
 

Commenti


구독양식

©2020 by DOBBY'S MUSIC ISLAND. Proudly created with Wix.com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