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뎌지의 전곡듣기 ①]안녕하신가영의 EP, 가장( )자리에서 전곡듣기
- 뎌지
- 2021년 12월 18일
- 3분 분량

1-1. 괄호 열고 괄호 닫고
2021년 12월 7일 발매된 안녕하신가영의 EP앨범인 '가장( )자리에서'의 전곡을 들어볼 예정이다.
일단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앨범의 괄호 속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넓은? 가까운? 아니면 어두운?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고 모든 단어가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신가영은 왜 앨범 제목을 비워두었을까?
앨범은 우리에게 괄호 속에 들어갈 어떤 단어를 말하고 싶을까?
음악이란 모름지기 만드는 뮤지션이 어떠한 감정과 경험, 혹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지지만
듣는 청자가 가진 감정과 경험, 혹은 의도를 통해 전혀 다르게, 그리고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뮤지션들은 이러한 주관의 폭을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 좁혀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하려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좀 더 다양한 주관의 폭을 위해 음악이나 가사의 목적성을 모호하게 하여 청자로 하여금 더 큰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한다.
이 앨범은 그 중에서 후자에 속하는, 아니 그것을 넘어서서 음악이 담긴 앨범의 이름조차 청자에게 맡긴 청자 중심의 앨범이다.
1-2. 가장자리에서
앨범 설명에서 가영님은 이 앨범을 본인의 마음속 가장자리에서 만든 노래들이라고 했다.
마음을 둘러싸고 그 가운데에 놓이는 감정은 때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중심에는 어두움과 슬픔이 많이 있던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나'는 가장자리에 많이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 소개글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관점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슬픔을 위로하고 노래하는 곡은 '내가 너의 슬픔에게' 해주거나 '내가 내 슬픔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음의 가장자리라 함은 결국 내가 나에게 하는 위로, 한단어로 '자기위로' 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가장자리는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나의 감정에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영님의 앨범소개에도 나와있듯 가장 (편안한) 자리에서 만든 곡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전곡을 들어보면서 한곡씩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한다.
2. 사랑 없이는 안돼요
무엇이 새로운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를 있게 했을까.
사랑 없이는 안된다는 마음이 듭니다.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주시고 들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안녕하신가영

팬송이다.
가영님의 마음 속의 가장 솔직하면서도 편안한 자리에서 만든 첫번째곡은 팬송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위로가 되었던 안녕하신가영이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영님의 위로가 되었고, 새로운 가사와 노래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이 곡은 안녕하신가영의 첫번째 마음이 되었다.
팬들에게는 이보다 큰 감동이 있을까.
본인의 마음의 단어들로 혼자 노래를 만들어도
그 노래가 나오는 기다림의 끝에는 늘 팬들의 응원이 있었고 선순환이 되었다.
팬들과의 소통이 활발하고 피드백이 가깝게 이뤄지는 인디음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악적 교류의 형태가 아닐까.
가영님이 사랑없이는 안된다고 하니 좀더 크게 외쳐보아도 될 것 같다.
사랑한다고.
3. 울거라면 울어
누가 원한 내가 아닌, 내가 원한 내가 된 적이 언제였을까요?
- 안녕하신가영

사실 총평에서도 말할 내용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의 가영님의 노래들 중
가장 직접적인 가사가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가장 최애곡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그 부분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과 '우는 것'을 구분지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슬픈 채로 두지말고 울어서 그 슬픔에서 깨어나라는 내용이다.
감정은 막을 수 없지만 행동은 막을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감정은 갖고있어도, 행동으로 나타낼 수 없었던
나 자신에게 스스로의 거울에서 깨어나와 행동으로 내가 원하는 내가 되자는 자기위로의 곡이다.
감동적인 장면을 보거나 타인의 아픔을 볼때는 눈물을 흘릴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의 슬픔을 스스로 돌아볼 때는 눈물을 아끼고 참는 현대인들에게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해서 울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을 갖자는 말로
직접적이고 어떻게 보면 명령조적인 가사를 통한 간접적인 위로가 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4. 슬픔의 가운데에서(Title)
보이지 않는 나의 가장자리에서 슬픔의 가운데에 서 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선 내게서 누군가 가만히 쉬어갑니다.
비로소 누구도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 안녕하신가영

이번 앨범은 '공간감'이 뛰어난 가사가 특징이다.
앨범명과 소개에서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바라보는 모습'을 통한 자기위로,
이 곡의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모퉁이를 돌아 더 안쪽으로 가 도착한 그 자리에서',
'오늘을 꿈꾸던 그 안쪽으로 가' 같은 가사에서 볼 수 있듯
마음을 하나의 공간으로 비유하여 나 스스로 마음의 깊은 곳을 탐구하는 가사가 굉장히 어여쁘다.
그로 인해 이 곡은 상당히 진취적인 느낌이 짙다.
그리고 결국 이 노래가 말하고 싶은 주제인
'난 혼자가 아니다.'를 화자화 함께 걸어가고 있는 청자가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한다.
5. 괜찮아야 해요
언젠가는 모두 괜찮아야 해요. 괜찮아야만 해요.
- 안녕하신가영

이번 앨범들의 노래들 중 유일하게 어느정도의 상황이 설정된 노래이다.
'괜찮아야 해요'라는 말은 괜찮지 않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곡은 불완전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이다.
괜찮아야 되는 계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실 더 먹먹한 노래가 되었다.
아직 괜찮지 않는 미래가 오지 않았음에도 괜찮지 않을 것이 느껴지기에 먹먹하고
괜찮지 않을 것이 느껴지지만 괜찮아야 괜찮지 않는 미래가 와도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먹먹하다.
막연하다. 그래서 더 진짜갖고 더 감정이입이 된다.
원래 감정이란게 그런거 아닐까.
6. 마지막은 나지막하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약속합니다.
그냥 좋아하기로, 영원을 말하지 않기로
- 안녕하신가영

'나지막'의 첫글자에 좋았던 '기역(기억)'을 더해서 '마지막'에는 사랑을 믿는 우리가 되길.
거의 힙합이라 해도 무방할 펀치라인이 돋보이는 재치있는
나지막에 기역을 더한 마지막곡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장면에 불과한 과거를 좋았던 기억을 더해 마지막에는 사랑으로 만든다.
역으로 '마지막'을 '나지막'한 그리움과 좋은 '기역(기억)'으로
사랑에 마지막은 결국 없을것이다는 믿음으로 앨범을 끝낸다.
영원은 결국 믿음이 만든다.
우리가 사랑하는 '안녕하신가영'이 우리를 영원히 위로해줄 것을 믿는 것처럼.
글을 마치며
몇번의 글을 통해 느낀 독자들도 있을 것 같지만
필자는 '앨범 소개'를 굉장히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앨범 소개는 뮤지션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소개하는 노래의 한줄글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우 매력적인 가사를 쓰는 안녕하신가영인 만큼 이번 앨범의 앨범 소개또한 매력적이다.
일부분만 발췌했으니 전문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은 가장( )자리에서 가영님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듯한
솔직하면서도 감동적인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 앨범들보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편인 가사인 만큼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가영님과 많은 대화 나누고 많은 위로 받길,
슬픔의 가운데에서 때로는 울어도 괜찮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지막하게 가영님이 보내는 사랑 온전히 만끽하길 바란다.
그러면서 좋았던 기역(기억)을 더하면
앨범 제목 속의 괄호는 듣는 사람 각자가 채워주리라 믿는다.
Commentai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