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듣기] 천용성 2집 "수몰"전곡듣기(1)
- River.G
- 2021년 7월 24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7월 28일

2021년 6월 24일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의 2집 “수몰”이 발매되었다. 텀블벅 모금을 통하여 제작이 진행되었는데 무려 311%나 달성하며 진행이 되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 앨범의 전곡 듣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2주에 걸쳐 6곡씩 진행하려고 하며, 이 콘텐츠를 함께 보며 음악을 듣는 것도 독자분들께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이 담긴 글임을 밝힙니다.
1. 있다 (Feat. 시옷과 바람)
이 곡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추억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화자와 또 다른 사람과의 연결된 추억.
“우린”이라는 단어의 반복적 사용과 과거시제의 사용. 당신과의 일들이 있었고, 함께 했었고, 그것들이 추억이 되어 지금 여기에 있다 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하고 느껴진다.
특히 후반부로 가며 웅장해지는 연주는 화자의 감정이 폭발되는 듯 느껴짐과 동시에 듣는 이의 감정까지도 폭발시킨다. 전반부에선 “이런 이야기구나” 하며 편안하게 듣다가 후반부에선 화자의 폭발하는 감정이 청자의 온몸으로 빨려 들어오며 혼연일체가 된다. 필자의 경우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질 것만 같이 울컥하는 감정이 들어왔다.
마치 한 사람이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다가 폭발하는 감정에 못 이겨 뜨거운 눈물을 흘려가며, 그래도 조금씩은 억눌러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다 마치는 듯한 장면도 그려진다.
이러한 감정이 느껴지는 데는 시옷과 바람의 코러스도 한몫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엄청 티 나게 들리는 코러스라고 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있는 듯 없는 듯하는 코러스도 아닌 것이 마치 화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추억 속 그 사람도 머릿속에서 이야기하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면서 연주와 어우러져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출처: 유튜브 채널 "POCLANOS"
2. 거북이
이 곡은 신인기 성동장애인 자립생활센터 활동가분의 이야기를 옮긴 곡으로써 “장애인 활동가 故 우동민 님을 향한 헌사”라고 한다. 그 둘은 정립회관 점거농성에서 만난 사이다.
“거북이가 되고 싶어요, 내 친구 기댈 수 있는”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을 온전히 느끼려면 故 우동민 님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는 것이 좋다고 보인다. 물론 노래라는 게 듣는 이의 주관적인 감상이 들어가고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들 말하지만 이 곡만큼은 화자의 감정, 전달하고자 하는 말, 특정 단어 사용의 이유까지 곱씹어 보며 듣는 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이 든다.
“내 곁에 있다 간 그리운 벗에 대하여 노래합니다”라는 한 문장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이 곡이야말로 오랜만에 필자의 마음을 쿵 때리고 오래 퍼지는 징의 울림처럼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나간 삶의 시간 중 일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굳은 다짐을 이야기하는 듯한 부분도 보인다.
천용성은 이 곡에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한다. 중간에 함께 흘러나오는 트럼펫은 곡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감정을 더욱 확실하고 정확하게 들리도록 만들어준다. “이런 나의 벗이 있었답니다” 하고 말해주는 느낌도 받았다. 가슴이 먹먹하다.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3. 수몰(Feat. 이설아)
수몰은 물에 잠긴다는 뜻이다. 이 것은 곡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곡은 일본의 만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수역”이라는 책을 읽고 썼다고 한다.
그 책의 주요 스토리는 “주인공 가족이 가지고 있는 마을에 대한 기억,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전설 속의 용신님” 이라고 하는데 그 마을은 댐 건설로 물에 잠기어 이사를 할 수 밖에 없던 전에 살던 마을이라고 한다.
천용성은 이 내용을 노래라는 장치로 또 천용성만의 감성으로 또 이설아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중간 1분 55초가 지나는 시점의 여러 악기가 한꺼번에 섞이는 부분에선 물속에서 듣는 바깥 소리처럼 뭉개진 소리들을 표현한 것 같았으며, 바로 이어지는 이설아의 목소리는 옛 마을에서의 기억이 아련하게 피어나는 머릿속을 표현했다고 느꼈다.
“수몰”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천용성이라는 아티스트가 한 내용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그 방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어 듣는 즐거움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4. 보리차 (Feat. 강말금)
이 곡은 보리차라는 것을 가지고 내용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참 인상 깊은 곡이다. 비록 보리 차라는 단어는 곡의 도입부에 한 번 나오지만 그 한 번으로 인해 곡 전체가 진행되는 동안 보리차의 구수한 향이 곡 전체를 채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곡의 화자는 보리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오래전 헤어진 옛 연인과의 재회를 이야기하는 듯하기도 하고, 오래전 친했던 친구와의 재회를 이야기하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오래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 상황을 그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곡의 가사는 대화의 형식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독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오랜만에 만나 시답잖은 농담이나 주고받다 헤어졌지만 “사실은 난 너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런 말을 하지 못한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어” 하고 말이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 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내용이 더욱 쓸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천용성의 작법에 있기도 하겠으나 피처링으로 참여한 강말금 배우의 덤덤한 목소리가 한몫 톡톡히 했다고 본다. 곡의 주인 천용성과 프로듀서 단편선의 안목이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가사의 내용만 보면 감정을 극대화해 실제로 눈물을 한 방울 흘리게끔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덤덤하게 이야기하여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이 더욱 확실하게 청자에게 전달된 듯 보인다.
그 덤덤한 목소리가 천용성, 단편선의 디렉팅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강말금 배우 본인의 성향과 기질에 더욱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앞서 말했듯 곡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이 더욱 확실해지는데 제대로 일조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출처: 유튜브 채널 "POCLANOS"
5. 어떡해
죽기 직전의 사람은 되려 생각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곡에선 그런 이야기를 한 자녀라는 인물에 투영시켜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입부 엄마와 자녀의 대화 그리고 배경에 깔리는 소리들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자녀의 생각으로 표현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죽음 뒤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이야기했던 많은 죽음 뒤의 것들은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어떡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거나 혹은 누군가와 이야기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곡은 그것들에 대해 써 내려간 곡이며,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사람이 독백의 형태로 엄마를 향해 던지는 물음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천용성이 취한 이 형식은 우리가 문득문득 했던 고민과 궁금증들을 더욱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었다.
죽음 뒤의 세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를 넘어 실제로 내가 죽을 때가 된다면 어떤 모습과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때 이 궁금증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과연 어떻게 느낄까 하고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주는 곡이다.
상당히 심오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그런 곡.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6. 중학생 (Feat. 임주연)
제목이 중학생이어서 그런 것일까? 사춘기에 접어든 한 아이의 감정 변화를 노래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하는 시기는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가오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모두들 으레 겪는 그런 변화 말이다.
“요즘 나는 밥맛도 없고, 친구들도 그냥 그래요”로 시작하는 게 인상적인데 이 한 문장만으로도 사춘기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간다면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고, 그 시절 나의 전부일 것만 같던 친구들인데 그에 대해 무덤덤해진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더군다나 제목이 말해주는 중학생의 나이에선 크나큰 감정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 곡의 주인인 천용성은 어떻게 해야 청자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평범하게 바라봤던 것들이 다르게 느껴지고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여러 장치들을 이용하여 보여준다. 단순히 “나는 이렇게 느꼈다”를 이야기하는 곡이 아닌 그때 우리는 이러지 않았나요 하며 대화를 거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지금 당신은 어떠신가요? 하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사춘기 때의 느낌은 아니겠지만 살면서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것들에 대한 질문과 고찰의 시간 또한 되어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유튜브 채널 "POCLANOS"
이번 콘텐츠에서는 지난 6월 24일 발매된 천용성의 2집 앨범 “수몰”의 전곡 듣기 1부를 진행하였다. 이번 콘텐츠를 통해 천용성이라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감정 표현에 능숙하고 청자에게 전달을 잘 하는 아티스트인지 알게 되었다. 그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청자로써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너무 잘 와닿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반부 6곡을 너무 좋게 들었던 만큼 다음 콘텐츠에서 들어볼 나머지 6곡도 집중해서 들어본다면 과연 어떻게 다가올지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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